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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의 개발 블로그
2년차 주니어 개발자의 이직 이야기 4 - 얼어붙은 시장 본문
뉴스는 항상 느리다
고용 한파가 심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될 때쯤이면 이미 시장이 얼어붙고도 남았다는 걸 저는 왜 몰랐을까요? 사기업 구직 시장에서의 경험이 없던 저는 정말로 상황을 읽는 법을 몰랐습니다. 이직을 결심했던 반년 전에도 뉴스에서는 금리 상향, 투자 축소, 인력 감축 등을 말하고 있었지만 저와 그렇게까지 상관 있는 내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만해도 이력서를 오픈하면 SI, 솔루션, 서비스기업 할 것 없이 종종 조건이 괜찮은 면접 제안들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확실히 빈도도 줄고, 제안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가뭄에 콩 나듯 오는 좋은 면접 제안들이 있어 면접 경험도 쌓고 구직 활동의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고연봉의 경력자들도 잘려나가는 마당에 주니어에게는 더 힘든 시장 상황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 특수로 개발자의 수는 급증했고, 그로인해 체감상 주니어들은 과포화 상태가 된 듯 보입니다. 또한 중고 신입으로 지원하는 개발자의 수도 훨씬 많아졌다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습니다. 이번 이직을 통해 어느 정도는 처우를 올리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있길 원했는데 워낙에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현상 유지라도 하면 다행이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요즘입니다. 이직은 회사 다니면서 하는 거라는 지인들의 조언을 이번 시기를 지나며 마음에 많이 새기게 되었네요.
서비스 기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
저는 규모에 관계없이 서비스 기업으로의 이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제가 왜 이런 목표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니 서비스 기업에 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들을 여기저기서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데믹 기간 동안 너나 할 것 없이 창업하고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사례가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개발자들이 서비스 기업들에 모여 일하게 되었고, 미디어에는 그런 사람들이 주로 노출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영향을 받았나봅니다. 물론 SI와 대비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저도 서비스 기업이 성장에 훨씬 좋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동의합니다. 그러나 마치 그것이 실력 있는 개발자가 되는 정석 루트인 것마냥 인식되는 풍조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서비스 기업들이 투자 축소로 어려움을 겪다못해 없어진다는 뉴스를 종종 봅니다. 이렇게나 빨리 만들어지고 없어질 기업들이라면, 정말 경쟁력 있는,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이 아니라는 의미겠죠. 바꿔말하면 이 시기를 버티고 살아남는 기업들은 그만큼 더 많은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어찌되었든 지속성을 가지고 구성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없는 기업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이더라도 확실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이 요즘같은 시기에는 더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서비스 기업이 항상 정답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제가 너무나 좁은 시야로 IT업계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잠깐은 쉬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매일 100%의 효율을 내며 구직활동을 지속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한과 커트라인이 정해진 시험이라면 모를까, 불확실한 미래를 그리며 기약없이 매일 달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부족한 것은 많으니 그날 그날 손에 잡히는 것들을 주로 학습해왔습니다. 만약 테스트나 면접이 잡히면 그에 맞는 학습 계획을 수립했고, 마친 후에는 그 과정을 복기하며 부족한 것들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프레임워크와 같은 응용 기술을 공부할 때는 토이 프로젝트를 병행하여 기술을 적용해보기도 했고, 역으로 기존에 현업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들의 구조와 적용된 기술을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해온 일들을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반복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면접 준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나만의 서비스를 A to Z로 만들어 시장에 배포해보는 일도 해보고자 했고 실제로 경력 많은 지인과 협의를 하여 아이디어 구상과 설계 단계까지 진행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강제할만한 요소가 없고 각자의 일과가 다르기에 결과물 도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더군요. 취업 포트폴리오나 창업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을 구하는 커뮤니티가 있어 프로젝트들을 탐색해보았으나 기간이나 조건이 맞지않아 아쉽게도 시도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런 기회를 적절히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칠 때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슬럼프들을 온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처음 몇 번은 저항해보고 저 자신을 더 몰아넣어봤는데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더군요. 몸이 퍼질 땐 그냥 퍼지고, 쉴 땐 의도적으로 개발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개발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제가 너무 지쳐서 개발을 싫어하게 되는 상태까지는 가지 않도록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제 나름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다가 너무 아무 것도 안 한다 싶을 때쯤이면 슬슬 개발에 대한 관심이 돌아오면서 다시 달릴 수 있는 상태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쉬엄쉬엄 가더라도 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 중간의 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게, 저는 쉼을 통해 저 자신의 상황을 좀 더 넓게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에 언급한 내용들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나의 위치, 앞으로 내가 개발자로서 하고싶은 것,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좋은 직장에 대한 고민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저만의 기준을 세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이전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제는 내가 세운 기준들에 의해 움직이는 나의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전환하고 나니 이제는 때가 되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믿음과, 혹시나 이 터널의 끝에서 실패를 마주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괜찮을 것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네요. 그래서 조금은 더 달려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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