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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과정 수료 후 소감 (웹 개발/스프링)

개발자마이 2022. 1.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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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말하자면, '찝찝하다'.

과연 이게 나의 최선이었을까 싶다.

 

나는 학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나 바로 개발자의 길을 가지 않았고, 전공과 관련없는 분야에서 약 2년여간의 업무경험을 쌓은 후에 이와 관련한 석사과정에도 진학한 바 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진로고민을 하다가 개발자의 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우선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질문이 내 발목을 잡았다.

 

    1. 최신 트렌드와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독학만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들어도 될까?

    2. 이 길이 나의 길이 정말 맞는가? (내가 개발자로서 롱런할 수 있을까? / 도피가 아닐까?)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국비과정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이게 나에게는 유일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30대의 나이에 약 6개월이라는 기간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생활비 문제와 학원까지의 거리를 고려해야 했고, 좋다고 소문난 부트캠프들은 거진 거리가 멀고 비용이 상당하여 나의 선택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수도권 거주). 또한, 부트캠프들은 대부분 대기업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웹개발뿐만 아니라 코딩테스트를 위한 알고리즘 학습에도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었는데 나는 코딩테스트는 독학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 프레임워크의 학습과 포트폴리오 작성에 좀 더 힘을 싣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비전공자에 경제적/체력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돈 좀 주고서라도 확실하게 빡센 부트캠프를 선택해서 돈 아깝지 않게 몰입해서 학습해보는 선택지도 고려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먼저 위의 두 가지 질문에 자문자답해보자면,

 

    1. 국비에서는 최신 트렌드보다는 SI업계에서 쓰이는 안정적인 프레임워크를 위주로 학습시킨다.

    2. 내가 예전보다 프로그래밍 과정을 더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단순 도피는 아니라는 것.

 

2번은 개인 성향이므로 넘어가고, 1번 질문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보려고 한다.

 

국비학원의 커리큘럼 (웹 개발자 양성과정)

 국비학원의 재원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국가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그러므로 커리큘럼 구성에 있어 국비학원은 일반 부트캠프에서보다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비학원의 커리큘럼은 보통 정부 사업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해 개발을 진행하는 소위 SI업체로의 취업을 목표로(비중이 높다는 말) 짜여있다.  즉, 정부 관련 사업에서 기준으로 제시되는 전자정부 프레임워크에 맞추어 학습 내용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웹 개발자 양성과정의 경우 각 과정의 제목과 내용은 다 달라보여도 보통은 스프링 프레임워크 학습을 목표로 과정을 수료하게 된다(찾아보면 알겠지만 스프링 개발자 구인공고가 정말 많다. 일자리 구하기에는 좋다는 뜻).

 만약 스타트업에서 주로 수요가 있는 좀 더 트렌디한 기술 스택을 쌓길 원한다면 국비 수업을 수강하며 부가적으로 학습을 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의 부트캠프를 고려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발자 커뮤니티 등에 가끔 올라오는 공고 중 부트캠프를 국비지원으로 운영하는 듯한 뉘앙스의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도 충분히 고려해봄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국비 수강 중 남는 시간에 리액트를 별도로 학습했고 조만간 이를 가지고 토이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예정이다.

 

국비학원의 학생구성

 총 20명 중 중간 탈락자를 제외하고 17명정도가 마지막까지 수업을 함께 들었는데, 이 중 전공자가 나를 포함하여 약 5명정도였고 전공자들만큼 습득력이 좋고 때로는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사람들이 두 명 정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학원이 나름 유명한 국비 학원에 선발 과정에서 면접까지 보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간의 학습능력과 절실함의 정도가 너무 달랐다. 아무래도 국비에서의 학습수준은 비전공자를 기준으로 맞춰지다보니 나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으나, 과정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고있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국비학원의 강사

 많은 후기들을 통해 학원마다, 강사마다,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 다르다는 건 알고있었지만, 정작 내가 그 폭탄돌리기에 걸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강사의 실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나는 학생으로서 강사의 성실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반을 담당했던 강사는 약 6개월의 기간 중 첫 번째 달 정도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불성실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우리 강사는 코드 예제 이외의 A4용지 몇 장 분량의 개념 필기를 직접 타자치게 하고 본인이 육성으로 읽으면서 1시간씩을 끌기도 하는가 하면, 툭하면 자습과 질문을 명목으로 하루에 1~2시간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은 주로 원격으로 진행되었는데, 질문시간에 질문을 해도 본인 핸드폰이나 컴퓨터 스크린을 보느라 답변을 안 주고 2시간씩 그냥 지나가버린 경우도 허다했다.

 정작 큰 문제는 프로젝트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세 번의 팀프로젝트를 진행할 동안 어떠한 프로젝트 가이드라인이나 교육을 제공받지 못한 채로 알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받았다. 또한 프로젝트 시에 해결되지 않는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강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해결해주기보다는 블로그 링크를 던져준다던지, 대충 한 번 들여다본 후에 자기도 못하겠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던지... 말해봐야 끝도 없을 것 같다.

 나는 강사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없어 비록 실망은 했어도 책이나 검색등을 통해 나의 학습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는데, 기대감이 컸던 어떤 학생들은 그만큼 실망감도 커지다보니 멘탈이 많이 나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강사의 말과 행동은 나의 상식을 정말 크게 벗어나있었고, 교육 기관에서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국비학원의 웹 개발자 양성 과정의 커리큘럼은 스프링 프레임워크로 한정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생의 구성이나 강사의 실력, 성실성 부분에 있어 복불복이 있다보니 학습욕구가 높은 사람의 경우 원하는 만큼의 성장에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학습자가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본인이 설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꼭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는 실력적으로 어떤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잃어버렸던 프로그래밍 감각을 되살리고, 웹 개발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만 나에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기꺼이 나에게 하나 남은 선택지를 내 손으로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이 '찝찝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달랐더라면 내가 지금보다는 더 많이 성장해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봐야 이제 6개월인데, 앞으로 잘 하면 되겠지. 나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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